[기고]한우 지속적·선제적 수급조절을 위한 방법론
[기고]한우 지속적·선제적 수급조절을 위한 방법론
  • 김재민 농장과식탁 연구기획실장
  • 승인 2018.04.10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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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최근 한육우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 사육두수가 2011~2014년 한우공급과잉 시기 사육두수에 근접해 있어 선제적 수급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방 이후 한우는 고기로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한우육의 공급과잉에 따른 파동을 세 차례 경험했다.

1980년대 파동은 1970년대 지속해온 한우증식 사업의 결과였고, 1990년대 말 발생했던 파동은 한우의 공급과잉과 시장개방과 외환위기에 따른 원자재가격 폭등이 결합해 발생했다. 2010년대 파동은 한우공급과잉에 따른 파동으로 지나친 한우산업에 대한 낙관론 때문이라 진단할 수 있겠다.

2010년대 낙관론은 한우의 고급화 성공, 한우자조금을 활용한 지속적인 마케팅 전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한우가격, 음식점 원산지표시 강화, 이력제실시에 따른 추가 수요 발생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정부와 한우사육농가 모두에게 큰 자신감을 주었고 때마침 발효된 미국, 호주 등과의 FTA에 따른 수입증가가 더해지면서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폭락을 경험하게 됐다.

이 같은 세 번의 소고기 파동은 중소 한우농가의 이탈과 대형농가의 증가, 한우위탁사육사업의 시작과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

2014년 이후 수업료를 단단히 치른 한우업계는 선제적 수급조절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고, 박근혜 정부 시절 만들어진 수급조절위원회에서 한우수급을 관리하고 있으나 앞으로 예측되는 공급과잉 상황에서 기존에 마련한 제도를 가지고 선제적 수급조절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 선제적 수급조절의 어려움

현재 수급조절위원회는 선제적 수급조절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현 상태를 방치하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소가 불어나 다시 한우파동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황이나 과열기가 아니므로 농가들까지 수급조절 필요성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가 미래의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현재 상황이 매우 낙관적이기 때문에 쉽게 수긍하기 쉽지 않고 번식 농가 입장에서 선제적 수급조절을 한다는 것은 앞으로 송아지 가격이 더 상승하거나 최소한 현 상태를 유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어 농가들이 도태에 비협조적으로 나오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를 감안해 농가들이 수급조절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 방위적인 홍보가 필요하며 최소한 도태사업에 참여하는 농가들이 번식우를 사육하는 것보다 도태하는 게 더 유리하거나 같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수급조절 협조, 비협조 게임
수급조절 협조, 비협조 게임

3. 항구적 수급조절을 위한 농가풀 운영

선제적 수급조절 사업의 어려움은 수급조절 사업의 대상이 되는 농가와 수급조절 사업을 주도하는 주체가 한배에 탄 것처럼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쉽게 실패할 수밖에 없다.

수급의 문제가 감지될 때마다 대규모 캠페인을 통해 농가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쉽지 않은 과정으로 이를 주도하는 지도자들의 능력이 수급조절사업을 성패를 가르는 불완전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제적 수급조절을 위해서는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 수급조절의 원칙은 누구나 동의하는 일이지만 목표한 두수를 확보할 수 없다면 효과는 없고 예산만 낭비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수급조절을 실시하고자 하는 주체의 의사에 따라 바로 움직일 수 있는 일정한 물량을 확보한다면 선제적 수급조절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수급조절을 위한 농가풀을 만들어 운용하는 것이다. 일정규모 이상의 번식우 사육농가로 부터 소를 미리 구매해 소유권을 확보하고 해당 농가는 그 소를 수급조절위원회로부터 임차해 사육하는 방식이다.

소를 사육하는 동안 필요 경비는 송아지 번식을 통해 마련하고 송아지 판매를 통해 발생한 소득 중 필수경비(사료비, 수도광열비, 종부비, 인건비, 축사감가상각)는 보장해주고 차액 중 일정한 금액은 농가에게 귀속시키고 나머지 이윤은 수급조절 위원회 기금에 편입시키는 방식이다.

수급조절 위원회(가칭)가 일정한 규모의 농가풀에서 일정한 두수(농가당 약 4두)를 분양하고 평상시에는 사육하다가 수급조절이 필요할 때는 농가에게 도태를 곧바로 요구할 수 있으므로 농가를 설득하고 대상자를 모집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농가 입장에서는 입식비를 지원받기 때문에 이익이며 수급조절에 예산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소’라는 현물로 보유하기 때문에 예산 낭비라는 공격도 피할 수 있다. 여기에 매년 송아지 판매를 통해 기금을 추가로 조성해 낼 수 있다.

사업에 참여한 농장의 번식우를 특정해서 위원회가 소유하는 것보다 해당 농장의 번식우 중 일정한 지분을 위원회가 소유하는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소를 특정하게 되면 도태가 필요할 때 소가 임신을 한 상태일 경우 송아지를 낳을 때까지 도태가 어렵지만,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의 경우 해당 농장의 번식우 중 공태인 소를 도축함으로써 신속히 수급조절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소를 도태하면 소를 관리하며 발생한 비용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기금으로 다시 환수하거나 다시 해당 농장의 소를 확보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다.

4. 수급조절 농가풀 제도의 장단점

수급조절 농가풀을 확보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막대한 예산이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산지 암송아지 가격은 2018년 현재 280~310만원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어 두당 300만원이라 가정하고 1만두를 확보하는데 만 3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3만두를 확보하려면 9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각 농가에 배분된 수급조절용 소가 평시에 송아지를 생산하기 때문에 일정한 수준으로 자금의 환수가 가능하고 투자된 돈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번식우라는 현물로 존재하는 만큼 추후 환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공급과잉 등으로 한우가격이 폭락하게 되면 농가들이 필요 이상으로 한우사육을 포기하는 투매 현상이 벌어지게 되는데 정부가 시장에서 암송아지를 구매해 수급조절풀로 운용하면 심한 투매를 방지해 이후 한우 가격이 폭등하는 것을 막아 줄 수도 있다.

수급조절 사업 비교
수급조절 사업 비교

5. 수급조절 기구의 상설화

현재 한우업계는 두 가지 기금을 조성해 운용하고 있다. 송아지 가격이 하락했을 때 농가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송아지안정제, 소비촉진사업을 위한 자조금이 그 주인공으로 자조금은 조성된 금액 중 일부를 수급조절 사업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있어 이렇게 본다면 한우업계는 총 3가지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각 기금의 운용 주체가 다르고 용도도 경직되게 정해져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감안해 송아지안정제, 자조금, 수급조절사업을 총괄하는 상설기구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수급조절위원회는 한우협회가 송아지안정제는 농협, 자조금은 자조금관리위원회가 각기 관리하는 상황이다.

수급조절을 위한 수급조절위원회가 효과적으로 운영되려면 사육두수를 보다 세심하게 관찰하고 위원회가 의결한 사항을 집행할 수 있는 조직과 자금, 그리고 수급조절을 쉽게 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현재 채소류 수급조절위원회의 경우 위원회에서 무나 배추, 마늘, 양파와 같은 작물에서 공급과잉 상황이 발생하면 농안기금을 사용해 신속히 수급조절 사업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축산분야 수급조절 위원회는 위원회만 구성되어 있을 뿐 실제 수급조절을 위한 수단이나 자금은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보니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앞서 제안한 한우수급조절 농가풀 제도를 운영하려면 상설기구는 필수적이다. 자금의 정밀한 집행도 필요하고 또 풀 농가에서 송아지 생산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환수하는 작업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급조절위원회는 자조금관리위원회에 소비촉진사업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 조언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송아지안정제에 관한 사항, 수급조절을 위한 농가풀 관리, 기금의 조성에 관한 업무, 수급조절 실시여부 등 관련 업무에 대해 심의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6. 결론 및 시사점

한우산업은 축산분야 여러 품목 중에서 유일하게 소농과 중대형 농가가 혼재해 있는 산업이다. 중소농은 보통 한우산업의 종축이라 할 수 있는 번식우를 사육하고 있고 대군사양가는 비육우를 사육하는 분업체계가 만들어져 있다.

문제는 대군사양가의 경우 한우가격이 변동하는 시기 송아지 가격도 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언제나 일정한 수익률을 가져가지만 번식농가의 경우 송아지 가격 하락에서 오는 위험을 회피하는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송아지안정제의 경우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가장 확실한 위험회피 방안은 선제적 수급조절이라 하겠다. 하지만 한우농가가 너무 많은 상황에서 수급조절을 선제적으로 하는 것이 어렵고 지금까지 정부의 수급대책은 선제적 대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선제적 수급조절을 위해서 수급조절풀의 조성과 수급조절위원회의 상설화를 제안하였다. 수급조절풀은 신속한 수급조절 사업을 가능케 하는 제도이며 수급조절위원회의 상설화는 구속력 있는 수급조절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수급조절의 실패는 한우산업이 번식농가와 비육농가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무너트리는 것인 만큼 선제적 수급조절사업이 실시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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