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트렌드의 한우식당 탄생
새로운 트렌드의 한우식당 탄생
  • 옥미영 기자
  • 승인 2019.04.04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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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빗 서비스의 출현 '한우 오마카세'

지금까지 한우고기 소비 확대를 위한 궁극의 목표는 ‘어떻게 하면 더욱 저렴한 가격에 한우를 공급할 수 있는가’에 있었다.

’07년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각국과의 FTA 협상 발효로 해마다 낮아지는 수입쇠고기의 관세 하락분의 가격적 열세를 극복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부각되어 왔다.

정부는 생산자들이 판매까지 책임지는 직거래 활성화 등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수입육의 가격 경쟁력 대응 방안의 하나로 추진해왔고, 생산 농가들이나 축협들은 직접 한우식당을 개설하는 등 유통 비용을 절감시켜 한우고기 판매가격을 낮추는 데 큰 관심을 기울였다.

‘높은 한우가격’은 한우고기 소비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해 결국 한우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와 관련업계 그리고 소비자단체의 공통된 진단과 요구였기 때문이다.

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의 연중 가장 큰 소비촉진 행사인 ‘대한민국 한우먹는 날’ 행사나 명절을 앞두고 실시되는 청계광장의 ‘직거래 장터’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2000년 중반부터 2010년 초반까지 ‘한우 정육식당’이라는 간판을 내건 대중식당이 큰 인기를 차지한 것 역시 맛있는 한우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즐기고자하는 소비심리에 적절히 대응했기 때문이다.

한우고기를 먹고는 싶으나 높은 가격 때문에 접근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에게 한우고기의 맛과 품질은 유지하면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수준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갖춘 업태가 등장하자 가성비를 중시여기는 라이프 스타일의 사람들이 반응하게 된 것이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새로운 ‘한우식당’의 출현

한우정육식당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 한우고기 소비 트렌드였다면, 지난해 3만 달러를 돌파한 대한민국의 한우고기 소비부문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인분에 20~30만원이라는 높은 금액을 지불하며 한우고기를 즐기는 프라이빗 서비스, 바로 ‘한우 오마카세’의 등장이다.

오마카세(おまかせ)란 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공손하게 표현한 일본어다.

외식업계에선 주방장 특선 정식을 말하는 것으로 일반인들에겐 ‘특화된 일식코스요리’로 통한다. 주방장이 그날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재료를 선택해 각 부위별 생선회나 스시를 제공하는 일식 오마카세가 한우고기에 접목된 것이다.

한우 오마카세는 미슐랭으로부터 인정받은 유명 셰프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부터 외식프랜차이즈 회사가 운영하는 식당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 중인데 한우의 다양한 부위를 제공하면서 각 부위에 맞는 두께와 조리법을 연구해 한우의 맛을 최고로 끌어 올린다.

한우 오마카세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식당과는 구별되는 특별하고 사적인 공간, 여기에 특화된 ‘서비스’ 방식에 있다.

부위별 특성을 고려한 숙성방식, 굽는 방식, 같이 곁들여 먹을 소금 등을 전문가가 일일이 알려주면서 한우고기 맛에 대한 이해도를 한층 높여준다.

소비 트렌드 분석 전문가에 따르면 선진국을 중심으로 소수를 위해 특별한 요리를 제공하는 ‘프라이빗’ 식당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

‘프라이빗 식당’이란 단지 배고픔을 달래거나 식사를 하는 목적이 아니라 좋은 추억을 남기는 공간으로 새롭게 구성한 것으로 ‘한우 오마카세’는 최고급 요리재료인 한우고기의 다양한 맛을 보다 멋지고 세련된 나만의 공간에서 소통하면서 즐기고자하는 소비자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요즘 외식업계에선 파인다이닝(고급식당)의 성장은 한우 오마카세가 선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한우 오마카세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인당 비용이 최저 14만원에서 20~30만원 이상을 호가할 정도의 가격임에도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예약이 모두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한우 오마카세 돌풍, 무엇을 의미할까

“한우협회장이 되고 나서 가장 곤혹스러울 때는 도무지 가격이 너무 비싸서 먹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가격을 낮춰주면, 얼마든지 먹겠는데 가격의 문턱이 너무 높아서 사먹기가 곤란하다는 얘기라는 거죠. 이럴 때면 정말 난감합니다. 나름대로 ‘고급화’다 ‘명품화’다 해서 정성을 다해 3년 가까이 길러내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너무 비싸다면서 비난에 가까운 불평을 쏟아냅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의 말이다.

김 회장은 생산자단체 대표로서 가장 곤혹스러울 때가 “한우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원망을 들을 때”라고 했다. 그는 “이럴 때처럼 난감한 적이 없다”고 토로한다.

지금까지 한우는 너무 비싸서 접근하기 어려운, 그래서 대중화가 어려운 음식으로 분류되어왔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수입육에 잠식당하고, 그래서 자급률이 하락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서 한우업계는 더욱 저렴한 가격의 한우고기 공급에 골몰해왔다.

하지만 한우고기 소비시장은 오히려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며 소비가 더욱 공고해 지고 있다. 한우가격이 크게 상승한 2017년 2018년 한우의 총 공급두수는 가격이 폭락했던 2011년 총 공급량을 상회하고 있지만 2017년은 2011년 대비 31%, 2018년은 39%나 높게 거래됐다.
 

이는 전에 비해 소득 증가에 따라 한우소비가 더욱 확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우 오마카세 시장은 수입육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 명품화에 성공해온 한우고기를 활용한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분류된다. 그야말로 ‘명품’에 걸맞는 최고급 요리재료로서 조명 받고 있는 것이다.

한우 정육식당과 한우 오마카세는 현재 공존하고 있다. 한우협회가 주축이 된 한우먹는 날은 3일간 14만명이라는 숫자가 다녀갈 정도로 11월 1일을 ‘한우’로 뜨겁게 달구고 있고, 청계광장의 직거래 장터 역시 해마다 최고 매출을 경신한다.

결국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소비 방식은 어느 한 방향으로 쏠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라이프 스타일에서 분화된 또 다른 라이프 스타일이 나타나는 ‘세포 분열’이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한우업계 라이프 스타일에 대응하다

한우 오마카세 식당의 출현과 인기는 한우업계가 큰 관심과 공을 들이고 있는 수출 대응시장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한우 오마카세 식당을 운영하는 대표자들에 따르면 비즈니스 차원에서 외국 손님과 식당을 찾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식당을 찾는 이들은 ‘한우 오마카세’가 외국인 바이어들에게 한국을 가장 쉽고 맛있게 설명할 수 있는 한우를 소재로 한데다 품격 높은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어 업무에 이어진 최적의 식사 장소로 입을 모으고 있다고 전한다.

홍콩으로의 한우 수출이 점차 줄고 유통환경도 우리와 달라 냉장육이다 냉동육 수출이나 논란까지 많은 상황에서 ‘한우 오마카세’ 식당은 외국인들의 잦은 방문 때문에 최고의 한우고기를 홍보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의 장소로 평가되고 있다.

“화우를 먹기 위해 일본을 여행한다”는 여행객들의 말과 같이 “한우를 먹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는 기대를 낳게하는 대목이다.

지금까지의 의미에서 볼 때 한우 오마카세 식당의 인기는 단순히 한우고기 가격은 더욱 낮아져야 하며, 비싼 가격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고, 소비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거리가 있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 개인적 취향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최근의 소비트렌드에서 한우 오마카세 시장은 단순히 한우고기 구워먹는 것을 떠나 ‘즐거움’과 ‘소통’ 그리고 ‘나만의 특별함’을 찾는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의 취향은 어느 것 하나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다.

적당한 가격의 값 싼 쇠고기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있다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와 스토리, 맛과 질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존재한다.

이것이 맞고 저것이 틀린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한우고기 소비시장에도 ‘다름’과 ‘다양성’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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