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왜 농협의 적폐청산을 이야기하는가
농민들은 왜 농협의 적폐청산을 이야기하는가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8.01.30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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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농협만들기운동본부, 농협개혁을 위한 좌담회 개최
흔히들 대한민국을 삼성 공화국이라 부른다. 한 기업의 매출이 우리나라 경제지표에 큰 영향을 미치고 계열사를 포함해 삼성그룹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직원만 수 십 만명에 이르러서다. 단순히 경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각종 로비를 통해 정치권을 압박하고 정부 관료에게 퇴직 후 고액의 일자리를 약속하는 등 이른바 ‘삼성장학생’을 키워내기도 한다. 고액의 광고비를 책정해 자사에 불리한 언론보도를 하는 언론사에 재갈을 물리고 학계를 포섭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삼성은 대한민국 곳곳에 똬리를 틀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농축산업계에서 삼성 이상으로 막강한 권한과 힘을 보여주는 조직은 다름 아닌 농협중앙회다. 농민들은 으레 ‘농업계의 삼성’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한다. 농협은 농민이 받아야 할 각종 혜택을 집행하는 집행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또는 정책자금 등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농업계를 지배해 왔으며 조직을 다져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협개혁이 화두에 올랐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농협이라는 조직을 비판하거나 조금이라도 불리한 상황이 벌어지면 전방위적 압박과 로비, 회유를 통해 이를 무마시킨다는 의혹을 받기 때문이다.농협중앙회의 개혁은 그래서 어렵다.
흔히들 대한민국을 삼성 공화국이라 부른다. 한 기업의 매출이 우리나라 경제지표에 큰 영향을 미치고 계열사를 포함해 삼성그룹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직원만 수 십 만명에 이르러서다. 단순히 경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각종 로비를 통해 정치권을 압박하고 정부 관료에게 퇴직 후 고액의 일자리를 약속하는 등 이른바 ‘삼성장학생’을 키워내기도 한다. 고액의 광고비를 책정해 자사에 불리한 언론보도를 하는 언론사에 재갈을 물리고 학계를 포섭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삼성은 대한민국 곳곳에 똬리를 틀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농축산업계에서 삼성 이상으로 막강한 권한과 힘을 보여주는 조직은 다름 아닌 농협중앙회다. 농민들은 으레 ‘농업계의 삼성’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한다. 농협은 농민이 받아야 할 각종 혜택을 집행하는 집행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또는 정책자금 등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농업계를 지배해 왔으며 조직을 다져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협개혁이 화두에 올랐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농협이라는 조직을 비판하거나 조금이라도 불리한 상황이 벌어지면 전방위적 압박과 로비, 회유를 통해 이를 무마시킨다는 의혹을 받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의 개혁은 그래서 어렵다.

2017년 10월 26일, 제2축산회관 지하회의실에서 의미있는 좌담회가 개최됐다. 최근 농협의 적폐 청산을 외치고 있는 전국한우협회와 좋은농협만들기 운동본부가 머리를 맞대고 농협 개혁에 대해 운을 뗀 것이다. 이날 참석한 토론자들은 소위 농협개혁론자로 통하는 전문가들이 초청됐다. 좌담회 패널 섭외조차 쉽지 않았다는 게 행사관계자의 전언.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를 비롯해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 이헌목 우리농업품목조직화지원그룹 상임대표, 김순재 전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이호중 (사)자치와 협동 사무국장 등이 참석해 농협 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토론자들은 우리나라가 국민이 중심이 된 촛불 혁명으로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킨 것처럼 농민들이 중심이 된 풀뿌리 농협 개혁이 필요함에 의견을 같이하고 다양한 개혁방안을 제시했다.

2000년 통합농협 출범과 2012년 농협의 사업구조개편 등 큰 틀에서의 농협 개혁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없이 불만이 높아져 가고 있는 상황. 이날 토론회는 농협 개혁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농협의 실질적인 개혁을 위한 농민단체, 정부, 정치권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이례적으로 농협의 개혁과 맞물려 각계 각층의 자성과 성찰이 병행돼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으며 금융부문에 대해 농민에게 지분을 배분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안도 제시됐다.
 

김순재 전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
김순재 전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

농협 의사결정권자, 개혁 필요성 의지조차 없어
정치권, ‘아래로부터 개혁’ 등 외부충격 필요
2018 조합장 선거 본격 개혁드라이브 걸릴 것

토론의 포문은 김순재 전 조합장이 열었다. 그는 동읍농협 조합장 출신으로 농협 내부의 의사결정시스템 문제부터 들고 나왔다. 그는 “2013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농협 조합장들의 외유 회수가 평균 4.6회라는 지적을 받은 뒤 중앙회에서는 경남지역본부 조합장들을 불러 모아 외유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며 “이는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농협 의사결정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처럼 농협 개혁은 정치권력이 강제하면서 실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우협회가 새로운 정부 출범 시기와 맞물려 농협개혁 선봉에 선 것은 정확히 맥락을 짚은 잘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농업계 인사 인선과정과 관련해서는 개혁과는 동떨어진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농업계 고위 관료 대부분이 관료출신으로 지난 정부와 비교해 파격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흐름이라면 당장의 개혁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한우협회와 같은 운동체 조직들이 개혁에 관한 밑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하면 2018년 하반기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와 맞물려 본격적인 개혁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농협 스스로의 개혁의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농협 내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인사들은 사실상 농협 개혁에 대한 의지와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중앙회의 막강한 영향력 아래 모든 지역농협 의사결정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어 내부로부터의 개혁은 사실상 물건너 간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헌목 우리품목조직화그룹 상임대표
이헌목 우리품목조직화그룹 상임대표

한우협회 단초로 농협개혁 풀뿌리 바람 일으켜야
농협 금융회사 농민에 지분 배분…주인의식 고취
프랑스 해외사례도 참고, 농민 깨어야 정치권 반응

이헌목 대표는 정치권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수 십 년동안 농협 개혁에 대한 목소리와 요구가 있어 왔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이뤄내지 못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 그는 “결국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합원들 스스로 주인의식을 확보해 개혁을 이뤄내야한다”며 “한우협회의 운동이 단초가 돼 농민들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헌목 대표는 “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신용사업을 통폐합해 금융회사를 만들어 그에 따른 지분을 농민조합원들에게 나눠주자”라는 파격적 제안도 내놨다. 지분 확보를 통해 농민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자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프랑스의 농업협동조합이 농업은행을 설립해 60%는 농민들에게 지분을 나눠주고 40%는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등의 해외 사례도 있다”면서 “농협사업의 큰 축인 신용사업을 손봐 농민들이 농협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진정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크레디아그리콜(Credit Agricole) 은행이 있다. 우리의 NH금융과 유사한 형태로 19세기 후반 프랑스 농민들 스스로 상호금융조직을 설립했다. 프랑스 농민들에게 이 은행은 '농민을 위한 은행'으로 인식돼 있으며 2009년 한해 크레디아그리콜이 농민에게 대출해 준 금액은 약 64억 유로(9조50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 “농민들의 열망이 모아질 때라야 만이 정치권에서도 반응이 올 것”이라며 “농민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잘 팔아주는 진정한 농협 만들기는 농협의 주인인 농민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

농협 계통사업 통해 몸집 불리기에만 골몰
일선 한우조합 설립 움직임에 농협 각성해야
농가 절박한 요구 외면시 자멸하는 길 자초

김홍길 회장은 농민을 위한 사업방식과 구조의 개편, 이를 위한 농협중앙회의 전향적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김 회장은 농협만을 위한 사업방식에 대해 “일례로 일선 한우조합에서는 배합사료 가격이 7천원, 농협사료는 1만원”이라면서 “농협사료를 쓰지 않으면 대출과 출하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농가들은 어쩔 수 없이 농협사료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처럼 농협중앙회의 각종 경제사업은 농민들의 편익을 뒤로 한 채 농협의 몸집 불리기를 위한 계통사업 추진과 이용 이에 따른 실적 평가를 토대로 농민들을 줄 세우기 하고 있다. 지역의 각종 한우조합들이 용암이 끓듯 생겨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같은 이유”라면서 “농협이 현재와 같은 절박한 농가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외면할 경우 농협중앙회는 자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농협을 개혁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예도 들었다. 김 회장은 "농협의 사외이사에 농업 단체장이 포함되어 있는 일, 농협 개혁을 위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하는 농민들을 못가도록 방해하는 일, 농협을 비판하는 언론에 광고로 압박하는 일 등 무수히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록 어려운 길이겠지만 농협 개혁에 대한 농민들의 강력한 바람이 있기에 반드시 투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농협의 개혁을 요구하는 농축산 단체들과의 연대 등 농민이 우선인 진정한 농협 만들기를 위해 끝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개헌 논의에 협동조합법 의제 포함 필요
농민단체 자성 목소리…연대 협력해야
농협 개혁 중앙회장 의지만으로도 충분

농민단체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현재 농협중앙회장이 잘하고 있다고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인식하고 있다”며 농협 개혁을 위해서는 조합원과 농민들이 나서야 하지만 농민단체들이 농협으로부터 이런저런 혜택을 받고 있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농협개혁이 지지부진한 이유 중 하나가 농민단체 간의 연대와 협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진단한다”면서 “농민으로부터의 개혁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고 단기적으로는 정치권력을 통해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강제하는 방안이 있다. 개헌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으로부터 시작될 때 협동조합에 대한 의제까지 포함시키는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촛불 혁명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각 계 각층에서는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개혁위가 만들어지고 가동되고 있다. 농협 내부에서도 적폐 청산을 위한 시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외부의 시선은 싸늘하다. 조 사무총장은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개혁의지를 보이고 있는 곳이 있지만 최근 농협 고위간부를 만났을 때 김병원 회장이 선출된 이후 이미 개혁은 이뤄지고 있다는 답변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농협 개혁은 농협중앙회장의 의지의 문제”라며 “농협중앙회장이 현장 농민 출신의 제대로 된 조합장들로부터 선출된다면 지금의 적폐는 쉽게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중 (사)자치와 협동 사무국장
이호중 (사)자치와 협동 사무국장

막강한 중앙회 권력 지역 농협 권한 방해
품목 연합회 조직시 농민 지원기구 신설

선거법 개정, 지역 조합간 공동사업 허용해야

농협이 지주회사가 되면서 이익에 매몰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호중 사무국장은 “농협이 지주회사로 변모하면서 이윤추구의 속성이 강해졌다”며 “로또 사업권을 농협은행에서 하고 있고 도시지역 금융고객을 위한 PB(Private Banking)사업, 론스타 지분 매입 등 정체성을 상실하는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협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양한 로비도 서슴지 않는다”면서 “농협개혁을 위한 법안을 발의해도 어느 순간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농협개혁에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조합원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조합에 대한 의식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대의원에 대한 감사와 교육을 의무화하고 좋은 리더를 뽑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차후 중앙회장 선거는 공정한 경쟁속에 정책선거가 될 수 있도록 선거법 개정이 우선돼야 하며 농민단체들도 자유롭게 출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농협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농협 회원조합의 하향식 통제, 사업독점과 지도감사감독권의 중앙회 집중, 중앙회가 회원조합으로의 지침하달 등으로 인해 회원조합의 권한을 침탈하고 있다”면서 “품목조합 결성시 사실상 중앙회가 이를 방해하고 있는 만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과 연합회의 설립을 지원할 수 있는 기구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조합간 공동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다양한 영농조합과 일반협동조합이 활성화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농협개혁에 학계 등 목소리 못내 참담
조합원의 자생적 움직임 농협개혁 핵심

농협, 들끓는 농민 목소리 이제는 경청해야

좌담회를 주재한 윤석원 교수는 “그동안 축산 발전을 위해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수많은 좌담회와 토론회에 참석함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농협 이야기만 나오면 사라진다”면서 “학계에 소속돼 있었던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학계에 몸담았을 당시 농협개혁론자로 회자되면서 각종 불이익을 받았던 게 사실"이라며 "오늘 좌담회에 나왔던 이야기와 같이 정치권력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은 한우협회와 같은 농민들의 자생적인 움직임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랜 기간 동안 농민들이 열망하는 농협 개혁에 대한 목소리에 이제는 농협도 귀를 기울이고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치권력에 의한 강제나 아래로부터의 개혁, 모두 필요하지만 농협 개혁이 꼭 필요하다는 전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농협은 우리 농업 발전에 빠질 수 없는 조직인만큼 우리 모두가 더욱더 농협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도출된 농협 개혁에 대한 안들이 실행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토론과 논의가 지속돼야 할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한우협회의 스스로의 개혁의지와 실행 의지에도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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