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링과 등급제 논란, 진실을 파헤치다
마블링과 등급제 논란, 진실을 파헤치다
  • 한우마당
  • 승인 2019.05.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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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민 농장에서 식탁까지 편집장

맛칼럼리스트 황교익은 수년간 마블링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쏟아내고 있으며 최근에는 교통방송 뉴스공장에 출연해 부정확 한 이야기를 쏟아낸 바 있다. 이에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16일 교통방송에 한우고기 및 등급제 관련 왜곡 보도 정정 및 사과 요구의 공문을 보냈다.

황교익의 마블링에 대한 견해를 알아보기 위해 2016년 4월 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실시한 황교익과의 인터뷰, 최근 교통방송 뉴스공장에 출현해 주장한 내용을 살펴보고 반박하고자 한다.

소는 풀만 먹는 동물일까?

마블링에 대한 그의 주장은 소의 습성부터 파고들어간다.

“소는 풀을 먹는 짐승인데요. 풀을 먹이면 등심에 그렇게 마블링, 지방이 차지 않습니다. 곡물
을 먹여야만 그렇게 마블링이 만들어지는데 소가 곡물을 먹으면 소화를 제대로 못 시켜요. 그
래서 비만해지는 거죠. 지방간도 생기고요. 그래서 건강한 소의 고기가 아니라고 판단을 하고,
마블링 중심의 고기는 좋은 고기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쭉 드리고 있죠.”
“소의 위가 4개가 있는 이유는 풀을 먹고 그것을 소화시키기 위해서 있는 거죠. 곡물이 들어가
면 소화를 못 시킵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中>

그렇다면 우리 선조들은 소를 어떻게 사육했을까?

한반도에서 소는 야생의 상태로 존재하지 않았다. 짚과 청초를 먹이기도 했지만 주로 쇠죽을 끓여 소에게 먹였다. 쇠죽에는 짚이나 왕겨, 콩깍지 같은 거친 풀사료와 함께 보리, 쌀, 콩을 비롯한 곡물도 함께 넣어 만들었다.

열을 가한 쇠죽은 가소화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풀로만 사육을 한 역사가 한반도에서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황교익 그리고 마블링에 대한 부정적 다큐를 만든 유룡 기자 등은 우리나라 축산농가는 100% 곡물사료로 소를 사육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풀사료도 함께 급여하고 있다.

일반적인 전문 비육우의 경우 젖소나 번식용 한우보다 배합사료 급여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100% 곡물사료에 의존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풀 사료와 곡물사료를 믹스한 TMR사료를 급여하는 경우는 풀 사료의 급여비중이 일반적인 비육우 사양프로그램 대비 더 높기도 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도 있다. 소가 먹이 중 가장 소화에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은 풀 사료다. 사람도 소도 풀의 섬유소(cellulose)를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 초식동물의 반추위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의해 거친 풀 사료를 분해해 에너지로 쓰고 있다.

풀을 소화시켜 탄수화물을 얻어낼 수 있지만 곡물은 풀보다 가소화율도 높고 열량으로 쓸 수 있는 탄수화물의 양도 많다. 그의 주장처럼 곡물을 소화시키지 못한다면, 곡물 내의 탄수화물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마블링이 생성되지도 못할 것이다.

소의 소화기관은 소화하기 힘든 풀도 소화시키는데 곡물을 소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또한 배합사료공장에서는 사료원료로 사용되는 곡물을 열처리하고 있어 쇠죽처럼 가소 화율을 높이며, 옥수수뿐만 아니라 보리와 콩 등도 원료로 사용한다.

“등급제도는 맛과 연관이 없을까”

지금 쇠고기 이력제가 시행되고 있으니까 그 고기가 어떤 고기라는 정도의 정보만 주면 되죠.
암소인지 거세우인지 황소인지 젖소인지 그리고 몇 개월 정도 키운 소인지, 풀을 먹였는지 곡
물을 어떤 것을 먹였는지. 그런 판단 기준들이요. 소비자가 보고 '아, 이런 맛이 나겠구나?'라
는 정도의 정보만 주면 되었지, 그 고기 맛이 어떤 맛이 난다? 축평원에서도 등급을 낼 때 구
워먹고 내지는 않잖아요?


<CBS 김현정의 뉴스쇼 中>

무지한 황교익의 발언의 절정은 이 부분에 있다. 농학은 실용학문 중 역사가 매우 깊은 학문이다. 인류최초의 산업은 농업이었고, 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사육하고, 농축산물을 가공하는 모든 기술은 과학에 기초하고 있다.

쇠고기등급 체계 또한 과학이며, 식육만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수많은 배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축평원이 등급을 낼 때 구워먹고 내지는 않는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될 수 있다는 것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소도체 등급 제도는 과학이다. 통계에 의해 어느 정도의 마블링 스코어가 연도와 풍미에 어느 수준까지 영향을 주는지 연구가 되어 있고 실제로 동일한 등급의 쇠고기는 유사한 연도와 풍미를 준다.

황교익은 고기는 감칠맛이라고 주장하지만, 축산학과 육가공학에서는 지방과 아미노산(감칠맛)의 조화가 고기의 맛을 좌우한다고 가르친다. 지방이 필요 없다면 아마도 대학에서는 마블링 형성을 돕는 사양방법, 육종기술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을 것이고 그에 대한 연구도 하지 않을 것이다.


“쇠고기 등급 필요하다면 민간 자율로”

황교익은 최근 교통방송의 김어준 뉴스광장에 나와 국가가 쇠고기 등급을 판정하는 것을 민간 자율로 바꿔야한다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국가가 기준을 정하고 민간이 판정하고 있으니 우리나라도 그리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을 살펴보면 도축되는 소는 도축기업의 소유이다. 거래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농가로부터 소를 구매해 도축한다. 도축장이 농장을 소유하고 있거나 자신들이 유통할 물량을 농가로부터 구매해 이를 도축, 가공해 판매까지 한다. 자신이 생산하거나 보유한 소를 가공해 자신들이 등급을 부여하니 공정성의 문제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쇠고기 유통체계는 다르다. 소의 출하부터, 도축, 도축된 소의 주인이 전부 다르다. 최근 브랜드 경영체의 등장으로 생산자가 도축만 위탁해 직접 쇠고기를 판매하는 경우도 있고, 도축장이 소를 구매해 자신이 직접 유통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류 유통경로는 농민이 소를 출하하면, 도축업자가 소를 도축하고, 유통업자가 도축된 소를 구매해 가공 판매하는 식이다.

당연히 생산자단체인 전국한우협회나 농협중앙회가 등급을 부여하면 농가에게 유리하게 할 것이고, 구매하는 유통업체 단체가 중심이 되어 등급을 부여하면 유통업체들에게 유리하게 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도축장이 등급을 부여하면 상황에 따라 출하자와 구매자로부터 강력한 로비나 항의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이해관계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경우 소와 쇠고기 유통환경을 감안한다면 공공에서 등급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다.

우유의 경우 1990년대까지 구매자인 유업체가 우유의 등급을 측정하였으나 생산자인 낙농가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우유검사공영화가 이뤄지게 됐다. 지금은 시도 축산위생연구소 등이 우유의 검사를 실시하고 등급을 부여한다. 그러면서 오랜 생산자와 유업체와의 갈등이 해소가 되었다.

민간자율이라는 이름의 등급판정시스템의 도입은 최소한 산업을 수직계열화했을 때 가능할 것이다. 한마디로 황교익은 우리 한우 산업의 구조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1등급 이상 쇠고기 소비를 조장할까?

황교익은 유럽의 쇠고기 소비문화가 우리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유럽 등 등급제를 시행하지 않는 나라의 예를 든다. 그리고 기름 맛이 아닌 살코기의 감칠맛을 느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먼저 쇠고기의 맛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 연도라는 것이 있다. 쇠고기의 부드러움이 중요한 잣대 중 하나라는 것이다. 과거 우리 한우는 농우였기 때문에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있었다. 불고기는 되도록 얇게 저며서 먹어야 했고, 오랫동안 끓여 고기의 단단함을 없애려는 노력이 더해졌다.
 

지금은 쇠고기의 소비방법이 건열조리법이며, 우리 소 사육방식은 스테이크까지는 아니지만 한국식 구이 문화에서 최적의 맛을 낼 수 있도록 사육이 되고, 등급 또한 그에 부합되도록 만들어졌다.

낮은 등급은 불고기, 국물요리에 적합하고, 높은 등급의 쇠고기는 한국식 구이나 스테이크에 적합하다고 보면 된다. 소비자들의 쇠고기 선택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황교익은 높은 등급의 한우를 먹도록 유도한다고 하는데 이는 시장에서 구이로 쇠고기를 즐기는 이들이 많기 때문일 뿐이다.

불고기나 국물요리로 쇠고기를 즐기는 수요가 많다면 2등급 쇠고기의 가격은 비싸지고 1등급 이상 쇠고기의 가격은 낮아질 것이다.


유럽의 소는 주로 우유생산이 목적이었다. 소의 육종방향이 우유생산에 있었기 때문에 전문 비육용 소의 기준으로 젖소고기 가치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마블링 중심의 등급제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마블링이 적은 젖소나 젖소 유례 육우(젖소 수소)는 스테이크로 맛있게 먹기 위해 유럽 사람들은 올리브유와 버터를 많이 사용한다. 쇠고기 자체의 마블링이 적으니 외부의 오일을 활용해 황교익이 가짜 맛이라 주장하는 기름 맛을 보충해 주는 것이다.


마블링 글로벌 곡물회사, 사료회사에 유리한 제도

쇠고기의 도체등급제도는 고기의 도체 상태에 따라 등급을 부여한다. 단순히 육질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기의 양에 따라 육량 등급, 수율 등급도 함께 부여하고 있다.

마블링 중심의 육질등급과 수율중심의 육량 등급은 상충하는 관계다. 수율이 좋으면 마블링 스코어는 하락하고, 마블링 스코어가 높으면 보통 수율이 낮아진다.

농가들은 육질과 육량이 적절히 조합되어 높은 가격을 받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농가가 육질과 육량 중 어떤 부분에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곡물사료를 더 급여할지 풀사료를 더 급여할지 등의 사료급여 프로그램도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매우 높다. 상대적으로 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이 살다 보니, 토지에 대한 수요가 높고 가격이 비싸다. 이러한 비싼 땅값을 감안한다면 방목용 초지 또는 풀사료 생산을 위한 초지로 이를 활용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합당하지 못하다.

설사 그렇게 생산된 풀사료는 넓은 토지에서 생산되는 미국 등 주요 쇠고기 수출국과 비교해
경쟁력이 뒤쳐진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풀사료가 곡물사료보다 결코 싸지도 않다. 만약 법으로 풀사료의 비중을 더 높게 설정이라도 한다면 국내 풀사료의 가격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며, 지금도 상당량의 조사료를 수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료 수입량은 더 늘어날 것이다.

곡물 사료 중심의 한우사육이 미국의 곡물회사 또는 배합사료 회사에게만 이익이라면 거래는 중단될 것이다. 하지만 농가에게도 많은 편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료회사와 농가와의 거래는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축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을 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수입한 원자재로 우리는 부가가치가 있는 상품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원자재의 수입이 자학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우산업 정책의 도입

1980년대 그리고 1990년대 초 축산업계와 농기계의 보급으로 한우는 농우로의 가치를 상실했다. 또한 시장개방으로 피해가 예상되자 정부는 한우산업 생존을 위한 여러 대책을 내 놓는다.

정부는 경제발전과 국민소득 향상 등을 고려할 때 육량중심의 쇠고기 보다는 스테이크나 로스구이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한우를 소비시키는 고급화 전략을 채택한다. 고급화 전략은 연도와 마블링 스코어를 높일 수 있도록 육종, 사양방법, 사육기간 등 전면적인 한우 사육방식의 대 변화가 필요했고, 이를 견인하기 위해 여러 산업정책을 도입한다.

황교익이 저주하다 시피 하는 마블링 중심의 한우품질정책이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고급화를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고급화를 위한 여러 사양방법이 제시됐지만 이를 수용하도록 만든 것은 정부의 장려금 정책이 주효했다. 한우 수소에 대한 거세 장려금이 지급되고, 뒤이어 1등급 이상 쇠고기를 생산한 농가에 보조금을 주는 고급육 장려금 제도가 도입된다.

이 두 인센티브제가 시행되면서 농가들은 고급육 생산에 뛰어 들게 된다. 당시 정부관계자와 축산지도자들은 고급육생산이 시장개방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파했다.

1등급 이상 출현율은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1등급 이상 하이마블의 쇠고기를 맛본 소비자들의 재구매가 이어지면서 한우숯불구이식당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한다. 2003년 이후에는 정부 보조금 없이도 고급육 생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가격이 상승하여 두 보조사업이 종료하게 된다.

한우품질고급화 전략은 실패했다?

2011년 구제역과 공급 과잉 등으로 가격이 하락해 농가들이 4년간 손실을 보기도 했지만 2015년 이후 현재까지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2011년~2014년의 가격 하락은 한우품질전략의 실패라기보다는 수급관리의 실패다. 2008년~2009년 이명박 정부가 한우산업의 성장을 너무 낙관해 공급관리에 손을 놓으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한우를 하이마블링 시장으로 전환하며 늘어난 생산비로 인한 손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황교익은 생산비가 과도하게 증가해 한우고급육 전략은 실패했다고 선언했지만 사육기간 연장으로 들어가는 약 50~70만 원 정도의 투자는 농가에게 100만원 이상의 추가 소득을 보장했기에 황교익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한우 벤치마킹한 일본 화우산업의 아류?

우리 한우산업의 품질전략은 일본과 미국의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은 사실이다. 황교익은 이를 근거로 한우는 결국 일본 화우의 아류밖에 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품질전략을 채택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벤치마킹했다고 전부 아류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선박, 자동차, 가전, 반도체 기술을 일본으로부터 기술제휴나 로열티 지급 등을 통해 전수받아 발전시켰다. 이같은 사실을 근거로 우리 선박, 자동차, 가전, IT산업이 일본의 아류라며 자학하거나 고민하지 않는다. 당시의 판단이 잘못됐다거나 우리 상황에 맞는 다른 산업을 육성했어야 했다는 등의 자성의 목소리도 없다.

우리 한우산업도 한우라는 고유품종을 어떻게 하면 보존하면서 산업화할 것인가를 두고 1980년대 그리고 1990년대 수많은 학자와 연구자, 공직자, 축산업계가 치열히 고민하고, 논쟁하며 산업화 전략을 만들었고, 이를 차질 없이 실천한 끝에 현재에 와 있게 되었다.

현재의 한우산업에 대한 농가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시장개방으로 곧 사라질 줄 알았던 우리 한우, 왜소했던 우리 한우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맛있는 쇠고기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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