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미 FTA 폐기 각오하고 불리한 조항 바로 잡아야
[특별기고] 한미 FTA 폐기 각오하고 불리한 조항 바로 잡아야
  •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양양로뎀농원 농부)
  • 승인 2018.01.3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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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미FTA 농축산업부문 협정문 평가
2. 한미FTA 파급효과
3. 한미FTA 재협상과 한우 업계의 대응 방향
윤석원 교수
윤석원 교수

1. 한미FTA 농축산업부문 협정문 평가

 1) 전대미문의 전 품목 관세철폐

한미FTA는 노무현 정부시절인 2007년 10월 양국 정부간 협정문이 타결되고, 이명박 정부시절인 2012년 10월 국회의 비준을 거쳐 발효되었다.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현재 미국정부의 요구와 한국정부의 동의하에 한미FTA 재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FTA 협정문 내용과 현재의 우리나라 농축산업에 미친 영향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한미FTA는 기본적으로 시작단계에서부터 이미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었다. ‘4대 선결조건’을 미리 들어주는 조건이였는데, 그 중 하나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였다. 주지하다시피 당시 미국에서는 광우병 소가 발견되어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한미FTA와는 별도로 진행된 쇠고기 협상이 제대로 우리의 검역주권을 지킬 수 없게 된 요인이 되었다.

아무튼 한미FTA는 관세 양허부문에서 쌀을 제외한 전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전대미문의 FTA 이다. 관세화 예외품목은 1,531개 품목 중 쌀 16개 품목 등 2%에 불과하다. 체결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은 585개 품목으로 전체의 37.9%에 달한다. 결국 쌀을 제외한 99%의 품목이 10년~20년 후면 모든 관세가 철폐되는 바, 이런 FTA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FTA f라 할 수 있다(표 1).

<표 1> 한․미 FTA 농업분야 양허안 개요(HS 10단위기준)

주1 일반적으로 관세철폐 예외는 양허제외를 포함하여 관세부분감축, DDA 협상후 논의, 무관세쿼터 제공 후 현행관세 유지, 철폐되지 않는 계절관세 등을 포함.
자료: 농림부, 외교통상부의 FTA 체결 관련자료 

세계 모든 국가 간 FTA에서 99%의 품목을 관세 철폐한 예는 한미FTA가 유일하다. 미․호주FTA에서 미국은 342개 품목(19%)을 예외품목으로 했고, 호주 쇠고기 수입관세를 8년간은 유예하고 18년 후에 완전철폐하기로 하였다. NAFTA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는 미국은 유제품, 가금육, 계란, 마아가린등 58개 품목(4.8%)을, 캐나다는 35개 품목(3.4%)을 관세철폐 예외로 했다.  EU․멕시코FTA에서 EU는 35%의 품목을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하는 등 보통 20~40%의 품목을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협상 하고 있다. 우리가 체결한 FTA에서도 관세철폐예외 품목은 한․칠레FTA에서 29%, 한․싱가폴FTA에서 33.3%, 한․EFTA에서 65.8%, 한․아세안FTA에서는 30.9%였다(표 2).

<표2> 한국이 맺은 주요 FTA 결과

주1 일반적으로 관세철폐 예외는 양허제외를 포함하여 관세부분감축, DDA 협상후 논의, 무관세쿼터 제공 후 현행관세 유지,
철폐되지 않는 계절관세 등을 포함. < 자료: 농림부, 외교통상부의 FTA 체결 관련자료 >

 2) 유례없는 긴급수입제한조치(SG) 일회 제한

일반적으로 긴급수입제한조치(SG)는 수입물량이 급격하게 증가하여 국내가격이 폭락할 경우 일시적으로 수입을 줄이거나 제한하기 위해 적용되는 조치로서 WTO에서 인정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한미FTA에서의 SG 발동조건은 가격을 고려치 않고 물량만을 기준으로 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한미FTA에서는 농산물에 적용되는 SG는 농산물세이프가드(ASG) 라 하여 SG와 구분하고 있다. ASG는 여건만 충족되면 수차례 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ASG적용이 안되는 품목은 1회에 한해서만 SG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나마 무관세 쿼타 물량에는 적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SG 발동을 1회에 제한한 것은 유례가 없는 협상결과이다.
 
ASG조치가 가능한 주요 품목은 쇠고기, 돼지고기, 보리, 옥수수, 전분, 사과 등에 불과하며 이 품목의 경우 조건이 충족되면 그나마 여러번 ASG를 발동할 수는 있다(표 3). 그러나 이들 품목도 관세철폐기간이 끝나면 발동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즉 앞으로 10년 후인 2028년 부터는   현행 30%의 수입관세가 모두 철폐됨과 동시에 그나마의 보호장치인 ASG도 발동할 수 없게 되어 그야말로 완전 개방됨을 의미한다(표 3).

<표 3> 농산물 세이프가드(ASG) 적용품목별 발동기준과 적용기간

주1:  수삼 및 홍삼․백삼 등 뿌리삼류(본삼, 미삼, 잡삼)의 경우 20년주2:  홍삼분, 홍삼엑스, 홍삼타블렛 등 홍삼가공품은 18년자료: 농림부, “한․미 FTA 농업분야 협상결과 설명자료” 국제농업국 2007. 5
주1: 수삼 및 홍삼․백삼 등 뿌리삼류(본삼, 미삼, 잡삼)의 경우 20년주2: 홍삼분, 홍삼엑스, 홍삼타블렛 등 홍삼가공품은 18년자료: 농림부, “한․미 FTA 농업분야 협상결과 설명자료” 국제농업국 2007. 5

 3) 까다로운 ASG 발동요건
     
쇠고기의 경우 ASG도 2027년 관세가 철폐됨과 동시에 발동할 수 없게 되어 있지만, 그나마 20127년 이전에 ASG를 발동하기 위해서는 1년차(2012년)에 27만 톤에서 매년 6천 톤씩 증량하여 15년차인 20127년에는 35만4천 톤이 되어야만 발동이 가능하게 되어 있어(표 4) 비현실적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을 보면 현재 약 18만톤 수준임으로 30만톤 이상을 수입해야 하는 ASG  발동 조건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표 4> 쇠고기와 돼지고기(냉동)의 ASG 발동조건

자료: 외교통상부, “한․미 FTA 농업협정문 부속서 3-가,”  2007. 7
자료: 외교통상부, “한․미 FTA 농업협정문 부속서 3-가,” 2007. 7

 4) 원산지표시제도의 비합리성

농산물 원산지 규정과 관련하여 화훼, 채소, 과실, 곡물류는 미국에서 재배된 것만으로 제한하였다. 그러나 닭고기를 제외한 모든 축산물(쇠고기, 돼지고기 등)은 다른 나라에서 생축을 수입해 도축한 경우에도 원산지를 미국으로 인정해 주는 ‘도축국 기준’을 채택함으로써 특혜관세가 가능토록 했다. 이는 분명히 미국에 대한 특혜이고 비합리적이다. 그 동안 우리가 맺은 모든 FTA에서 축산물 원산지는 ‘사육국 기준’이였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서도 “수출쇠고기는 미국 내에서 출생·사육된 소 또는 미국의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멕시코에서 수입된 후 도축일 기준으로 최소한 100일 이상 미국 내에서 사육된 소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한다.”는 사육국 기준을 적용하였다.

물론 현재 원산지를 도축국 기준으로 해도 위생․검역 조건 때문에 광우병이 발생한 캐나다산 생우를 미국이 수입하여 도축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수출할 수는 없게 되어 있다. 그러나 위생․검역조건만 해결되면 미국은 캐나다나 멕시코의 생우를 수입하여 우리나라에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불공평한 특혜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섬유의 원산지 규정과 관련하여 얀 포워드(yarn forward rule)을 관철시켰고, 설탕도 한국에서 생산된 원당으로 만든 제품만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원산지 규정을 관철시켰다.

2. 한미FTA 파급효과
 
 1) 농축산업 생산기반 위축과 농촌지역 공동체 해체 우려

한미FTA 타결 당시 정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의해 계측된 한미FTA 파급효과는 농업부문 생산액 감소액만을 추정한 것으로 한미 FTA 협상 결과가 이행될 경우 향후 미국산 농산물 수입으로 우리나라 농산물 생산액은 발효 후 5년차에 4,465억원, 10년차에 8,958억원, 15년차에 1조 361억원 감소를 추정하고 있다. 주요 분석 대상 농산물의 시장개방 이행기간은 7년부터 18년까지 다양하나 이행기간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평균 생산액 감소는 6,149억원으로 추정했다. 15년 이전에 이행기간이 종료되는 품목의 생산액 감소를 15년까지 연장하여 계산한 15년 평균 생산액 감소는 6,698억 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수리적 계측방법의 문제는 물론이고 피해범위도 농산물의 1차 생산액 감소만을 피해액으로 파악하고 소득이나 부가가치 기준의 피해액은 계측하지 않았으며 생산자 이외에도 농축수산업 전후방산업(농관련산업)은 물론 제조, 가공, 유통산업, LPC, RPC, 계열화산업, 육종산업, 협동조합의 쥬스 가공산업 등에 미치는 간접적인 파급효과는 분석하지 않았다. 농업기반산업으로서의 재해방지 및 농촌지역개발산업에 미치는 영향,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홍수조절, 경관유지, 전통유지기능, 지역공동체 유지기능 등), 농촌 폐촌에 따른 국토균형발전의 저해와 사회적 비용, 식량안보․식량주권 포기에 따른 비용, 식품안전성의 위험확산 효과 등을 포함하여 파급효과를 계측하지 않았다. 

 2) 중소규모 축산농가 해체의 가속화
 
한미FTA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전 품목의 관세를 철폐한 협정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농업․농촌․농민의 해체적 위기 가속화할 우려가 높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소규모 축산 및 낙농 농가의 해체위기가 가속화 하리라는 사실이다. 쇠고기(40%), 육우(40%)의 관세는 15년후에 철폐키로 하였고 쇠고기 관세철폐기간 중에만 ASG를 적용키로 했다. 이렇게 될 경우 중소규모의 한우사육농가와 육우 사육농가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었고 실제로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발효된 지 5년이 지난 현재 한우 사육농가는 2016년 기준 88만호로 2012년 154만호의 58%에 불과하다. 쇠고기 생산량도 2013년 26만톤이였으나 2016년에는 21만9천톤으로 줄어들어 자급률은 50%에서 38%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수입물량이 대폭 늘어났음을 반증하는 결과이다. 수입량을 보면 2012년 25만 4천톤에서 2016년 36만 1,500톤으로 약 50% 가까이 늘어났고, 이중 미국산 쇠고기는 약 11만톤에서 18만톤으로 50%이상 증가하였다.

3. 한미FTA 재협상과 한우 업계의 대응 방향

이렇게 우리나라 농축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한미FTA를 재협상한다는 소식이 지난 10월 날아들었다. 미국측은 농축산업 관세철폐를 앞당기라고 나선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는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우리가 선제적으로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되어 있는 협정 내용을 바로잡자고 나서야 한다. 자동차, 철강부문에서 우리가 유리한 협상 이였기 때문에 미국이 이를 바로잡자고 나온다면 우리는 농축산업 부문에서 일방적으로 불리한 협상 이였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자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우리의 농촌은 서서히 붕괴되어 가고 있고, 농업은 머지않아 대규모의 엘리트 농업만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수의 농민은 점차 고령화․빈곤화 되어 가고 있고 후계인력은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미국 측에서 재협상을 하자고 나섰으니 그렇다면 차제에 우리도 폐기를 각오하고 우리가 불리하게 맺은 부문 즉 소고기협상이나 농축산물 관세부문, 농업보조금 부문 등을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한우부문의 경우 협회측이 이미 주장한 바와 같이 소고기 세이프가드 기준을 종전 27만 톤에서 최대한으로 낮춰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량을 조절해야 하며, 15년간의 단계적 관세 철폐기간을 늘려 한우산업의 안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30개월 미만 수입 쇠고기 인증을 민간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광우병 재발 시 검역 및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수입위생조건을 강화고 이번 협상을 통해 한우도 미국에 수출 할 수 있도록 수입위생조건 등을 체결해야 한다(전국한우협회).

한우업계는 한미FTA 재협상과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현재 보다 더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라는 미국의 압박은 면화나 밀과 같이 우리의 한우산업을 말살하려는 시도로 인식해야 한다. 더 이상 밀릴 수 없으며 오히려 모든 관세와 ASG 발동 기간, ASG 발동요건 등에 대해 역공세를 펴야 한다.

따라서 첫째, 우리나라 농축산물 중에서 쌀과 한우는 우리 민족과 함께한 역사적, 문화적 중요성을 고려하여 관세철폐 조항을 2017년 현재 수준(30%)에서 동결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지난 5년간의 우리나라 한우산업 실태가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둘째, ASG 발동기간도 2027년에 관세철폐와 동시에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ASG는 언제든 발동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셋째, ASG 발동요건도 현행 수입량 30만톤 수준에서 10만톤으로 낮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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